나도 선생님 썰...6

혼자 그렇게 편지를 봤는데 정말 몇번이고 다시 읽었다.
나도 어느 정도는 알기는 했지만 이정도로 날 생각 많이 해주실 줄은 몰랐고
또 이정도로 날 의지하고 계셨을줄도 몰랐었다.
내가 거두절미하고 짧게 요약해서 그렇지 진짜 본문은 장난 아니었으니...
고민도 엄청하면서 쓴 티가 역력했고..
아무튼 쉽게 말해서 정성이 정말 가득했다는 말이다.
그렇게 몇번을 읽고 나니까 뭐랄까 가슴이 찡하다고 해야하나.
그런데 이미 밤이 늦어서 선생님께 연락하고는 싶었지만 예의가 아닌거 같아서 참으려고 했는데...
어디 그게 되겠나.
핸드폰에 선생님 보고 싶어요 라고 글만 써놓고 전송 버튼을 바라보며 고민하다가 그냥 눌러버렸다.
문자가 발송이 되고 저질렀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놀랍게도 늦은 그 시간에 곧바로 칼답이 오는거였다.
보내놓고도 깜짝 놀라서 아니 선생님이 이렇게 빨리?
라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였는데 뭐 문자 잘 못하셨으니까....
아무튼 떨리는 마음으로 답장을 봤는데 응 내일 오후에 보자 라고 간단하게 써 있었다.
나도 얼른 알았다고 늘 보던곳에서 뵙겠다고 답장 보냈는데 그것도 곧바로 응 하고 답장을 보내셨다...
선생님도 내 반응을 기다렸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아 이거 뭔가 좀 다르다 라는 기대감이 살짝 들기도 했는데 그래서 그런가 진짜 잠이 하나도 안오더라고.
물론 뒤척이다가 좀 자기는 했지만...
알바는 당일 통보로 빠진다고 했는데 당연하지만 진짜 욕 뒤지게 먹었다. ㅋㅋ
물론 그딴건 상관 없었다.
내가 그닥 잘생긴 놈은 아니지만 외모에 특히 더 신경쓰고 약속 장소에 나가서 기다리는데
아 오늘 내가 원하는걸 말해야하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전에는 결혼 생각했는데 솔직히 너무 말이 안되니까 한단계 낮춰서
잠시라도 좋으니 내 여자친구 해달라고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걸로도 난 만족할거 같았다.
이것만 해도 솔직히 꿈같은일 아닌가?
내 고등학교때 친구들한테 말해줘도 아무도 안믿을걸? 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ㅋㅋ
한번 선생님이랑 다시 만났다고 말한적은 있는데 그 얘기만 들어도 나보고 대단하다던 놈들이었으니.
아무튼 이고민 저고민 하면서 안절부절 기다리는데 선생님이 멀리서도 눈에 띄더라.
아!! 선생님이다 라는걸 알아차라고 인파 사이를 해쳐나가면서 선생님께 다가갔고 곧 만날 수 있었다.
선생님~~ 하면서 반갑게 인사했는데
아니 오늘 선생님이...
보통 수수하고 편하게 입고 오는 빈도가 많아서 그냥 나도 별 상관 안했고
또 편하게 놀다 가시면 좋다는 생각으로 그닥 신경을 안썼는데 선생님이 풀세팅으로 나타나신거였다.
자주 입던 엄청 편해보이는 긴치마 원피스에 간단하게 외투만 두르신게 아니라
살짝 붙는 검은색 치마에 새하얀 블라우스, 코트를 입고 심지어 구두까지 신으셨다.
화장은 말할것도 없고...
당연히 예쁘셨지만 어색할 정도로 확 달라지셔서 잠시 멍하니 바라봤는데 선생님도 뭔가 쑥스러워 하셨다.
왜 그렇게 쳐다봐
이러셔서 나도 정신차리고 너무 예쁘셔서 깜짝 놀랐어요 라고 말하니 조금은 만족 하신듯했다.
나도 오늘 멋있다고 해주셨고....
그럼 어디부터 갈까? 나 배고픈데.
아 그럼 식사하러 가요
나름 돈도 벌어놨겠다 오늘은 꼭 제가 사드린다고 하니까
선생님이 진짜 처음으로 응 알았어 라고 그냥 넘어가셨다.
물론 그동안 내가 낸적이 없던건 아니었지만 식사는 전부 선생님이 내셨고
나는 디저트나 커피 정도나 살수있었는데 그날 처음으로 그런거였다.
아 솔직히 내가 빠가사리도 아니고 이정도로 갑자기 확 신호를 보내시는데, 거진 전광판급 아닌가.
당연히 나도 들뜨게 되더라고. ㅋㅋ
식사 하면서도 평소처럼 이거저거 아무말 하면서 수다를 떨었는데 뭔가 긴장이 계속 되더라고.
아 이거 그나마 예의를 갖추고 날 차려는건가 그런 부정적인 생각도 들기도 했고 ㅋㅋ 정신이 오락가락 했다.
어쨌든 맛있게 먹었고... 아 맛이 있었나... 막상 기억을 떠올려보니 그냥 정신이 조금 없었던거 같다.
걷기를 좋아하시는 선생님과 번화가 거리를 걷는데
저녁이 어둑어둑 해져서 조명도 예쁘고 뭔가 분위기가 좋았다.
그러면서 선생님이 자연스럽게 내 팔을 살짝 가져가시더니 팔짱을 딱 끼시는데
어 어 어 이거 뭐야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냥 잠자코 있었다.
솔직히 섹스도 이미 했는데 왜 그랬는지는 나도 모르겠고 하여튼 그랬다. ㅋㅋ
섹스도 그랬지만 갑작스러운 이런 행동의 변화들이 어색했던거 같고....
어쨌든 그러면서 선생님이
xx아... 나한테 바라는거 생각해봤어?
라고 바로 치고 돌아오시는데...
뭐 부드러운 목소리라 치고 들어온다는 표현은 좀 오바긴 하지만
어쨌든 나는 준비를 했기 때문에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말할수있었다.
저랑 만날때만이라도 여자친구 해주셨으면 해요
돌려 말하지도 않고 저말 그대로 했는데 진짜 그 짧은 순간에
아 드디어 저질렀다, 해냈다 그런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더라.
선생님은 잠시 말이 없으셨는데 난 긴장되어서 선생님을 쳐다보지도 못하겠어서 표정도 볼수도 없고...
이윽고 말씀하시는데
알았어. 근데.. 알지?
라고 하셨는데 뒤에 말씀 하시는 부분이 뭔지 당연히 알았고
나도 그 이상으로 바랄수는 없었기 때문에 네.. 하고 대답했다.
선생님이 내 여친이 되준다고 했는데도 기뻐서 날뛰기 보다는
내가 예상했던것보다 훨씬 차분한 분위기였는데 그동안 지내온 시간이 있어서
갑자기 모든게 확 바뀌기는 어려워서 그랬던거 같다.
보통 비슷한 나이대의 평범한 여자친구 같으면 사귀면 썸 타던때와 쉽게 달라지는 부분들이 있는데
5년정도 친한 친구로 지내던 여자와 사귀게 되면 아마 비슷하지 않을까...ㅋㅋㅋ
어쨌든 그날 이후로 무려 2년이나 밀회가 시작되었다.
말이 좋아서 밀회지 그냥 불륜 맞는데 만나는 내용에는 솔직히 별 차이는 없었고 섹스가 추가 됐다는게 달랐다.
아... 이것만해도 큰 차이긴 하지... ㅋㅋ
그동안 볼수 없었던 선생님의 새로운 일면을 많이 알게되었고...
예를들어 정말 뽀뽀를 좋아하셨다. 키스 말고 그냥 쪽 하는 그 뽀뽀 맞다.
주변 시선이 좀 없다 싶으면 입을 삐쭉 내밀고 뽀뽀해달라던 선생님의 귀여운 모습은 지금도 생생하다. ㅋㅋ
하지만 선 지키는건 오지게 잘하는 나라서 일정이상 선은 넘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했고
한번씩 만나는 잠시만이라도 선생님은 내꺼다 라는 것만으로 만족하려 했다.
물론 잘 안될때도 많았는데 그럴때마다 선생님이랑 나 사이에 쳐진 거대한 벽을 떠올리면서
혼자 술먹고 궁상 좀 떨고 스스로 고민을 해결했다.
그런데 선생님은 조금 달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결혼은 몰라도 내 아이를 갖고 싶어하셨다...
밀회를 시작하고 1년이 좀 지난 이후 어느날, 섹스 하고 평소처럼 안아주면서 부드럽게 쓰다듬고 있었는데
선생님이 약간 눈물지으면서 내 아이 가지고 싶다고 고백하셨고
동공지진 개오졌던 내가 떠오른다.
처음 섹스할때도 두번째부터 콘돔 안끼우셔도 된다 했었는데 그땐 별 생각 안하고
피임 하셨나? 안전한 날이신가? 하고 대충 넘겼는데
애초에 아예 피임같은거 하지도 않으셨다는걸 나중에서야 듣고 깜짝 놀랬었다.
솔직히 계속 안에다 싸고 있었는데 임신하지 않은게 천만다행이었다고 할지.. ㅋㅋ
근데 그때 젊었던 나는 선생님을 임신시키고 싶다는 생각을 잠깐 하기도 했었다.
그렇게 많이 했어도 임신을 안하셔서 내가 무정자증인가 하는 걱정에 병원에도 갔었는데 다행히 아니었다.
선생님이 나이가 드셔서 쉽게 임신하지 않는거라고...
아무튼 그러다가 선생님도 집안이나 직업 등등... 그런 사정으로 한계에 다다르셨는지 그만 해야할거 같다고 하셨고
나도 그런 사정을 알고는 있었기에 알았다고 했다.
마지막에도 진짜 선생님 많이 사랑한다고 말했는데 그 말듣고 나에게 안겨서 막 우셨다.
나도 눈물 좀 나왔고 뭐...
이후에도 몇달 정도 텀을 두고 세번 정도 통화는 했는데 만나지는 않게 되었다.
그리고 다른곳으로 부임을 가시게 되었고 그걸 알려주는 전화통화를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다시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어떻게 사시나.. 지금은 행복하시나 정말 궁금하긴 하다.
이젠 40대 후반의 나이실텐데... 아들도 지금 계산해보니 군대 전역 했을테고 ㅋㅋ
뭐 나도 모르겠다. 행복하셨으면 좋겠다.. 진짜.
그 이후 나도 방황을 많이 했지만 그럭저럭 다시 제자리를 잡았고
여자친구도 몇번 사귀고 한명은 결혼까지 할뻔 했는데 망한뒤 그냥 다 귀찮아져서 솔로로 살고 있다.
이런 글 쓰는거 의외로 힘들다는거 깨닫게 되었고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썼는데
두세번째 부터는 내가 쓴거 다시 읽어보고 고치고 아 이게 아니었지 맞아 다시 생각나는게 있어서 또 고치고
그러느라 시간이 훨씬 오래 걸리게 되었다.
주변에 내가 이랬던거 아는 사람은 있긴 한데 진짜 친한친구 두명만 알고 있을 정도로 극비였는데
이젠 최소한 천명은 알게 되겠군.... ㅋㅋ 오래된 일이니 아마 괜찮을것이다.
신상은 너무 노출되지 않게 적당히 썼기도 하고...
어쨌든 이걸로 끝맺음 할테니 다들 코로나 조심하고 자가격리 안되게 조심하자.
이 썰의 시리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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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 2020.06.07 | 현재글 나도 선생님 썰...6 (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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